동맥경화주범 콜레스테롤 vs 설탕

by flexmun posted Aug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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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동맥경화증에 가장 위험한 것으로 콜레스테톨을 첫손가락에 꼽지만 사실 이 콜레스테롤 이론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동맥경화증이 설탕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산업화 이후에 설탕이 대중화됨에 따라 설탕 소비량과 동맥경화증의 증가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동맥경화증은 설탕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은 무관하다는 진영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증거와 대규모 연구의 결과로 결국엔 콜레스테롤 이론이 승리했지만 요즘 다시 설탕 진영의 주장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돕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둘 다 맞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과다한 포화지방 섭취와 더불어 과다한 설탕의 섭취, 그 중에서도 지나친 과당의 섭취에 의해 동맥경화증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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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이나 과일주스에 포함된 과당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더운 여름날에는 첨가당이나 유리당이 들어 있는 청량음료나 과일주스보다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전문가는 권한다. 영국 런던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런던지하철공사 직원들이 생수병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설탕, 그리고 과당
설탕은 현재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당류로, 포도당과 과당이라는 두 종류의 당이 모여서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당류라고 합니다. 과일에는 설탕과 과당과 포도당이 있습니다. 꿀에도 많은 설탕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이 섭취하는 설탕과 과당은 주로 청량음료 등의 가공식품에 첨가된 첨가당과 과일에 있는 자연당입니다.

음식 속에 자연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당보다는 따로 첨가하거나(첨가당), 다른 영양소와 유리되어 홀로 존재하는 당(free sugar·유리당)이 특히 동맥경화증과 그 합병증의 발생에 관여합니다.

설탕보다 더 나쁠 수도 있는 과당
그러나 과일과 과일주스에 포함된 과당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단지 ‘자연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많이 섭취해도 좋은 음식은 없습니다. 적은 양을 먹었을 때 좋았던 것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설탕이나 과당이나 많이 먹으면 문제입니다. 당장 칼로리 과잉에 의한 비만, 당뇨병 등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과당에는 설탕에 비해 독특한 면이 있어 건강에 더 해롭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과당은 우리 몸이 잘 다룰 수 있는 익숙한 포도당과 달리 좀 낯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1. 과당이 많이 들어오면 인슐린 저항성에 의한 당뇨병, 그리고 지방간이 생깁니다.
과당은 거의 간에서만 이용되는 당입니다. 정상적인 농도에서는 간에서 다 이용되어 혈액으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당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면 간이 포도당을 흡수하지 않습니다. 과당이 왔으니 포도당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즉 혈당이 높아집니다. 더구나 과당은 간에서 중성지방 합성을 증가시킵니다. 그 결과 고지혈증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제일 이해 못하는 것이 당을 많이 먹으면 중성지방이 높아지고 지방간이 된다는 것인데, 포도당과 과당은 세포로 들어가서 에너지를 만들지만 그 부산물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이걸 전혀 지방이 아닌 재료로 지방을 새로 만든다고 해서 지방신생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은 여하튼간에 남는 에너지는 다 지방으로 전환해서 보관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예로 밥만 많이 먹어도 중성지방이 높아지고 지방간이 될 수 있습니다.

2. 과당은 요산 수치를 증가시켜 통풍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신장세포를 손상시켜 단백뇨를 일으킵니다.
과당이 세포 내로 들어오면 하나 하나씩 분해되어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가는데, 이 과정에서 요산(uric acid)이 나옵니다. 사람에게 과당을 많이 먹여 보면 과당 섭취량에 비례해서 혈중 요산 농도가 올라갑니다.

당뇨병 환자는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정상인에서도 포도당은 세포 내에서 일부가 솔비톨을 거쳐 과당으로 변환됩니다. 이걸 polyolpathway라고 하는데, 당뇨병 환자는 심각하게 이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생기는 과당을 내재적 과당(endogenous fructose)이라고 하는데, 과당 한 방울 안 먹어도 포도당이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몸에서 과당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는 먹는 과당과 몸에서 생기는 과당의 이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 결과 일부 당뇨병 환자는 요산이 높습니다.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일단 통풍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요산이 신장세포를 손상시켜 단백뇨를 유발하고 종국에는 신기능 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동물실험에서만 확실하게 밝혀졌지만 기전상 사람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도 과도한 과당을 피해야 하고, 당뇨인은 이미 포도당에서 과당이 자가발전으로 나오는 마당에 과당을 더 먹어 몸을 위험에 노출할 이유는 전혀 없겠습니다.

그런데도 과일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좋은 보약으로 잘못 알고 밥 대신 과일이나 과일주스로 끼니를 때웠다고 흐뭇해 하는 당뇨인이 아직도 많아 큰 걱정입니다. 과당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다른 장기에 위험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3, 액체로 섭취하는 설탕 또는 과당(소프트 드링크, 청량음료, 과일주스)은 혈당을 급격히 오르게 하고 비만을 유발합니다.
같은 칼로리의 고체 음식과 드링크를 먹을 때 몸의 반응이 똑같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고체음식을 먹었을 때에 비해 소프트 드링크를 마셨을 때에는 포만감을 못 느낍니다. 그래서 다른 음식을 더 먹게 됩니다. 살이 찌겠죠. 소프트 드링크에는 의외로 많은 설탕 또는 과당이 들어 있는데, 혈당이 갑자기 많이 올라갑니다. 과일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과일주스는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도 역시 섬유질과 헤어진 유리당이 나오므로 안전하지 않습니다. 여러 연구를 보면 100% 과일주스도 계속 마시면 체중 증가와 당뇨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계속 연구 중인데, 개인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액체로 섭취하는 당이 갑자기 왈칵 들어오면 인슐린도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인슐린은 지방세포를 찌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이런 일이 계속되면 살이 찝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음료를 많이 찾는데 아쉽게도 청량음료나 시럽 첨가 아이스커피, 과일음료 또는 과일주스를 많이 마십니다. 모두가 다 첨가당 또는 유리당의 형태로 많은 당이 들어 있는 음료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하루 한도량을 훌쩍 넘기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뜨거운 여름이 올바른 당 섭취면에서는 아주 위험한 시기입니다.

저는 대안으로 물을 권합니다. 맹물이 싫으면 탄산수에 라임이나 레몬을 뿌려 마셔도 됩니다. 물이 싫다면 커피와 차를 권합니다.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청량음료 한 병 대신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당뇨병의 위험도가 17% 감소합니다. 물론 이 커피는 믹스커피가 아니라 그냥 커피입니다. 전 커피보다 홍차를 적극 추천합니다. 그러나 카페인 음료는 너무 많이 마시면 소변을 많이 보아 탈수가 될 수 있으니 이런 여름날에는 유의해야 합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물입니다.

이 더운 여름날 목이 마르면 청량음료, 과일음료, 과일주스보다는 가급적 물을 드세요. 과일주스보다는 과일을 천천히 씹어 드세요.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출처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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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3&oid=033&aid=0000033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