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만성 통증까지 줄일 수 있을까?
밤에 나오는 잠 호르몬으로만 알려진 멜라토닌이 허리·관절 같은 만성 통증을 줄여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시드니대 의대 연구팀이 무작위대조시험 23편을 모아 분석한 결과로, 국제통증학회 공식 학술지 PAIN에 2026년 발표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만성 통증엔 도움이 될 여지가 크지만 진통제를 완전히 대신할 정도는 아직 아닙니다.
한 줄 결론 — 멜라토닌은 만성 근골격계 통증을 100점 만점에 약 8.96점 낮췄고, 그 효과는 오피오이드·소염진통제·파라세타몰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수술 후 통증엔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자료 정리 : 래미안헬스 몸빼관장
멜라토닌이 정확히 뭔가요?
멜라토닌은 뇌 속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뇌가 멜라토닌을 내보내 "이제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줍니다. 분비가 늘면 체온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졸음이 오죠. 우리 몸의 24시간 생체 시계를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에서도 증상이 가벼운 불면증엔 처방용 멜라토닌 제제가 허가돼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무엇을 밝혀냈나요?
시드니대 의대가 이끄는 다국적 연구팀은 멜라토닌의 통증 완화 효과를 다룬 무작위대조시험 23편을 분석했습니다. 참가자는 모두 2,028명. 미국·러시아·브라질·이집트·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시험들입니다.
- 참가자들은 하루 한 번, 최대 90일간 멜라토닌을 복용했습니다.
- 복용 용량은 1~10mg으로 다양했습니다(알약 또는 패치).
- 대상 통증 : 허리 통증, 골관절염, 류마티스, 섬유근육통 등 만성 통증.
- 결과 : 만성 통증이 평균 100점 만점에 8.96점 감소.
특히 참가자를 공정하게 무작위 배정하고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우수 연구 3편(176명)만 따로 보면, 대조군보다 평균 10.04점 더 줄었습니다. 연구팀은 "효과만 놓고 보면 기존 소염진통제보다 나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효과가 어느 정도길래 주목받나요?
연구팀은 멜라토닌의 통증 완화 크기가 오피오이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파라세타몰 같은 흔히 쓰는 진통제와 비슷한 범위였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면의 질까지 좋아졌습니다. 통증과 수면 문제는 서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두 가지를 한 번에 건드린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근골격계 통증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최대 47%가 겪을 만큼 흔한 문제입니다.
왜 통증이 줄어드는 걸까요?
연구팀은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 멜라토닌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활성산소 수치를 낮추고 염증 반응을 줄입니다.
-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하지 않도록 막습니다.
- 잠을 더 잘 자게 되면서 스트레스와 염증 수치가 함께 내려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복용량이 많다고 통증이 더 크게 줄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커졌습니다. 즉 한 번에 확 잡는 약이라기보다, 시간을 두고 몸 상태를 조금씩 바꿔주는 보조 요법에 가깝다는 해석입니다.
그럼 수술 후 통증에도 효과가 있나요?
아닙니다. 인공관절술, 척추 수술, 골절 수술 같은 근골격계 수술 뒤 생기는 통증엔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연구팀도 "기존 진통제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고, 치료를 돕는 보조 요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근거 수준도 낮음~중간으로 평가됐습니다.
참고로 2020년에 나온 다른 메타분석(무작위시험 30편·1,967명)에서도 결과가 비슷했습니다. 멜라토닌이 만성 통증은 줄였지만, 급성 수술 후 통증엔 근거가 충분치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와 방향이 일치하는 셈입니다.
현장에서 회원님들께 드리는 이야기
저는 35년을 현장에서 몸을 만지며 살았습니다. 그 세월 동안 확실하게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잘 자는 회원님이 통증도 덜하고 회복도 빠릅니다. 이건 그냥 감이 아니라 연구로도 뒷받침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통증에 더 예민해집니다. 실험에서 하룻밤만 잠을 못 자게 해도 통증을 억제하는 우리 몸의 하행성 통증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통증 민감도가 올라간다는 결과가 여러 번 나왔습니다. 반대로 근육 손상 뒤 수면의 질을 좋게 하면 통증이 더 잘 가라앉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수면과 통증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무거운 중량 훈련을 지도할 때도, 운동만큼 회복을 강조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그다음이 훈련입니다. 멜라토닌이 통증을 줄인다는 이번 연구도 결국 "수면이 몸 관리의 기본"이라는 걸 다시 확인해준 셈입니다. 다만 통증이 있다고 마음대로 멜라토닌을 챙겨 드시기보다는, 꼭 의사·약사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진통제를 임의로 끊는 것도 금물입니다.
핵심 정리
· 시드니대 연구팀, 무작위시험 23편(2,028명) 분석 → 만성 근골격계 통증 평균 8.96점 감소(100점 척도).
· 효과 크기는 오피오이드·소염진통제·파라세타몰과 비슷한 수준, 수면의 질도 개선.
· 작동 원리 : 활성산소·염증 감소, 통증 신경 과흥분 억제, 수면 개선.
· 복용량보다 기간이 길수록 효과 커짐(1~10mg). 수술 후 통증엔 효과 거의 없음.
· 진통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약은 아님. 복용 전 의사·약사 상담 필수.
· 출처 : Wu K, Ferreira P, et al. "Efficacy and effectiveness of melatonin for the management of musculoskeletal pain", PAIN(국제통증학회), 2026. DOI 10.1097/j.pain.0000000000004045
· 보강 근거 : Analgesic Efficacy of Melatonin 메타분석(2020), 수면 박탈과 통증 민감도 관련 연구(Staffe 2019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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