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 몸의 원리
허리는 아프고 사랑니는 삐뚤게 나고 — 인간의 몸이 '허점투성이'인 진짜 이유
인간의 몸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된 게 아닙니다. 물고기, 네발로 걷던 동물 시절의 구조를 조금씩 고쳐 쓰면서 지금 형태가 됐습니다. 그래서 허리는 쉽게 아프고, 사랑니는 자랄 자리가 부족하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지점(맹점)까지 있습니다. 정교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수백만 년 진화의 '흔적'과 '약점'이 함께 남아 있는 셈입니다.
운동을 30년 넘게 가르치다 보면 "저는 왜 이렇게 허리가 약할까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드리는 답이 있습니다. "약한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몸을 우리가 두 발로 세워 쓰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우리 몸 곳곳에 남은 진화의 흔적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왜 인간은 유독 허리가 잘 아플까?
인간의 척추는 네발로 나무를 오가던 조상의 기본 골격을 물려받았습니다. 원래는 척수를 보호하면서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라고 만들어진 구조입니다. 그런데 두 발로 서기 시작하면서 역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체중을 위아래로 떠받치면서 무게중심까지 잡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척추에 S자 곡선이 생겼습니다. 곡선은 충격을 분산해 주지만, 그 대가로 허리(요추)에 부담이 몰립니다. 추간판 탈출증(디스크)과 퇴행성 변화가 잘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네발 걷기에 맞춰진 구조로 두 발 걷기를 하는, 진화가 남긴 명백한 한계입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요통 인구는 6억 1,900만 명이고, 2050년에는 8억 4,300만 명까지 늘 것으로 봅니다. 요통은 1990년 이후 줄곧 전 세계 장애 원인 1위입니다(글로벌 질병부담 연구 2021, The Lancet Rheumatology 2023). 평생 한 번이라도 요통을 겪는 사람은 65~80%에 이릅니다. 남 얘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몸빼관장 코칭 한 줄 — 허리는 '쉬어서' 낫는 게 아니라 '바로 세워서 버티는 힘'으로 지킵니다. 코어, 둔근, 척추기립근을 중량 훈련으로 단단하게 만들면, 타고난 약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뇌와 후두를 잇는 신경은 왜 가슴까지 내려갔다 올라올까?
되돌이후두신경(recurrent laryngeal nerve)은 말하고 삼키는 기능을 맡습니다. 뇌에서 후두까지 곧장 이으면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가슴 쪽 큰 동맥(대동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후두로 U턴합니다. 한참을 돌아가는 겁니다.
이유는 물고기 조상에게 있습니다. 그 시절엔 신경이 아가미 쪽으로 거의 직선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목이 길어지고 심장이 가슴 아래로 내려가면서, 신경이 심장의 '반대편'에 걸려버렸습니다. 진화는 이미 만들어진 배선을 뜯어고치지 못하고, 그저 조금씩 늘려 쓰기만 했습니다.
이 우회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는 기린을 보면 압니다. 사람은 약 10cm 정도지만, 목이 긴 기린은 이 신경이 무려 4.6m(약 15피트)를 돌아갑니다. 1838년 해부학자 리처드 오언이 기린 해부로 처음 기록했고, 2012년 매튜 웨델의 연구는 초대형 공룡 슈퍼사우루스의 이 신경이 28m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람에게는 이 긴 우회 경로가 수술 중 신경 손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잘 보이는 눈에 '안 보이는 곳'이 있다?
우리 눈은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망막의 앞이 아니라 뒤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빛은 여러 신경층을 통과한 뒤에야 감지 세포에 닿습니다. 설계 순서가 거꾸로인 셈입니다.
게다가 시신경이 눈에서 뇌로 빠져나가는 자리에는 감지 세포가 아예 없습니다. 이곳에 맺힌 상은 볼 수 없는데, 이를 '맹점'이라고 합니다. 평소 우리가 못 느끼는 건, 뇌가 주변 정보를 근거로 빈자리를 알아서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왜 사랑니는 자랄 자리가 없을까?
사람은 유치와 영구치, 딱 두 벌의 치아만 씁니다. 평생 새 이가 나는 상어와 달리, 사람 영구치는 한 번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조상들은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씹느라 턱이 지금보다 컸습니다. 그런데 음식이 부드러워지며 턱은 작아졌는데, 치아 개수는 그만큼 빨리 줄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니가 들어설 공간이 부족합니다. 잇몸이나 턱뼈 안에 매복되거나 다른 치아를 밀어내서, 결국 뽑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반은 왜 걷기와 출산 사이에서 타협해야 할까?
인간의 골반은 두 가지 모순된 임무를 동시에 떠맡습니다. 두 발로 효율적으로 걸어야 하고, 머리 큰 아기도 낳아야 합니다. 좁은 골반은 걷기에 유리하지만 산도를 좁게 만들고, 인간 아기는 몸에 비해 머리가 유난히 큽니다.
이 상반된 조건 때문에 인간의 출산은 어렵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두 발 보행에 맞춘 골반과 점점 커진 뇌가 맞물려, 인간의 출산이 영장류 중 유독 힘든 과정이 됐다는 설명을 '산과적 딜레마(obstetric dilemma)'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맹장과 부비동은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
진화는 생존에 크게 불리하지 않은 부위는 굳이 없애지 않습니다. 맹장이 대표적입니다. 한때는 '쓸모없는 기관'으로 취급받았지만, 2007년 미국 듀크대 윌리엄 파커 연구팀이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습니다. 맹장이 장내 유익균의 '안전 가옥(safe house)' 노릇을 한다는 겁니다. 설사로 장이 싹 비워져도, 맹장에 숨어 있던 유익균이 다시 장을 채워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충수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비동은 기능이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두개골 무게를 줄이거나 목소리 공명에 관여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문제는 배출 통로가 코와 좁게 연결돼 있어 쉽게 막히고 감염(부비동염)된다는 점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귀 근육 — 먼 조상의 흔적
많은 포유류는 귀 주변의 작은 근육으로 귓바퀴를 움직여 소리 방향을 정확히 잡습니다. 사람에게도 같은 근육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은 이걸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지금은 별 기능이 없지만 생존에 딱히 불리하지도 않아서, 사라지지 않고 흔적으로 남은 것입니다.
Q&A로 정리하는 핵심
Q. 허리 통증은 타고난 거라 못 고치나요?
A. 구조적 약점은 물려받았지만, 그 약점을 버텨줄 근육은 훈련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타고난 골격은 못 바꿔도, 그 골격을 세워주는 근육은 우리 손으로 바꿉니다. 교정운동이 하는 일이 바로 이겁니다.
Q. 그럼 결국 '진화가 잘못됐다'는 뜻인가요?
A. 잘못이 아니라 '타협'입니다. 진화는 새로 설계하지 않고 있는 걸 고쳐 씁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지금까지 살아남게 해준 방식이고, 그 빈틈을 관리하는 게 우리 몫입니다.
Q. 운동으로 가장 크게 보완할 수 있는 약점은 무엇인가요?
A. 단연 허리입니다. 두 발 보행의 대가로 생긴 요추 부담은, 코어와 둔근을 단련하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래미안헬스가 교정운동을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리 요약
· 인간의 몸은 새로 설계된 게 아니라 옛 구조를 고쳐 쓴 결과 → 곳곳에 약점이 남음
· 허리 통증은 두 발 보행의 대가. WHO 기준 전 세계 6억 1,900만 명(2020), 장애 원인 1위
· 되돌이후두신경은 가슴까지 우회(기린은 4.6m), 눈에는 맹점 존재
· 사랑니는 자리 부족, 골반은 걷기 vs 출산 딜레마
· 맹장·부비동은 일부 기능 있으나 염증에 취약, 귀 근육은 못 쓰는 흔적
· 핵심 — 약점은 타고나도, 버티는 힘은 훈련으로 만든다
래미안헬스 · 몸빼관장
NSCA 국제 트레이너 취득 · 교정운동전문가(CES) 취득 · 35년 현장경력 · 2025 서울시장기 보디빌딩 1위
위치 : 마포구 공덕동, 공덕역 3번출구 도보 3분
전화 : 02-711-1815 · 홈페이지 : ptgym.co.kr
[참고 자료] 세계보건기구(WHO) 요통 팩트시트 · 글로벌 질병부담 연구 2021(The Lancet Rheumatology, 2023) · Wedel MJ,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2012) · Parker W. et al.,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