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앉아 일하시는 회원님들을 보면 열에 아홉은 등이 앞으로 말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부정한 자세가 단순히 몸매나 허리 통증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의 기분과 판단력까지 바꿔 놓는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약 200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인데, 현장에서 20년 넘게 자세를 봐 온 사람으로서 무릎을 치게 되는 내용이라 정리해 드립니다.

네, 그런 방향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맥길대 정신의학·심리학과 호르헤 아모니 교수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가상 풍선을 부풀리는 게임을 시켰습니다. 풍선을 더 부풀릴수록 보상은 커지지만, 터지면 그 회차에 모은 보상을 전부 잃는 방식입니다.
분석해 보니 허리를 곧게 펴고 앉은 집단이 대체로 더 큰 위험을 감수했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더 많은 보상을 챙겼습니다. 중요한 건, 무모하게 계속 부풀린 게 아니라 위험과 보상을 잘 따져서 더 나은 결과를 냈다는 점입니다. 아모니 교수는 "충동적으로 행동한 게 아니라 더 효과적으로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설문에서도 바르게 앉은 사람들이 긍정적 감정과 이어지는 '자부심'을 더 강하게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몸의 상태가 뇌로 되먹임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때문입니다. 표정이 감정에 영향을 주듯, 몸통 근육이 만든 자세도 감정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건 이번 연구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진의 무작위 실험(Nair 외, Health Psychology 2015)에서는 스트레스 과제를 시켰을 때, 허리를 편 사람들은 자존감을 유지하고 부정적 기분은 줄고 긍정적 기분은 늘었습니다. 스스로 더 힘 있고 활기차다고 느꼈고 말도 더 빨라졌습니다. 반대로 구부정하게 앉은 사람들은 슬픔·부정적 단어와 '나·내가' 같은 1인칭 표현을 더 많이 쓰면서, 축 처지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허리를 펴고 앉는 것이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간단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도~중등도 우울 증상을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Wilkes 외, Journal of Behavior Therapy and Experimental Psychiatry 2017)에서는, 허리를 펴고 앉게 했더니 피로감이 줄고 활력과 열의가 올라갔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말수가 늘고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표현은 줄었는데, 이는 우울 증상이 조금 누그러지는 방향과 맞아떨어집니다.
다만 오해는 없으셔야 합니다. 자세가 우울증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마음이 오래 힘드시다면 자세 교정보다 전문가의 도움이 먼저입니다. 자세는 어디까지나 '거들어 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좋은 질문이고, 여기서 이번 연구의 진짜 가치가 드러납니다. 과거 '파워 포즈' 연구(2010)는 당당한 자세가 호르몬과 위험 감수까지 바꾼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대규모 재현 연구(Ranehill 외, 2015)에서 호르몬 변화와 행동 변화는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힘 있다고 느끼는' 주관적 느낌만 남았지요. 참가자들이 연구 의도를 눈치채고 기대에 맞춰 행동했을 수 있다는 비판도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 맥길대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자세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태블릿 위치와 책상 높이만 바꿔 자연스럽게 자세를 유도했고, 대부분은 자기가 어떤 자세를 하도록 유도됐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이 방식 덕분에 과거의 허점을 상당 부분 메웠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믿을 만한 결과입니다.
현장에서 회원님들께 늘 드리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사실 바른 자세는 '의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풀린 몸'에서 저절로 나옵니다. 오래 앉아 굳어 버린 가슴·등·골반을 먼저 풀어 주면, 억지로 힘주지 않아도 등이 펴지고, 그 펴진 자세가 기분과 판단까지 조금씩 바꿔 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