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막, 소성결합조직, 그리고 섬유아세포
근막이 뻣뻣해졌다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근육 자체가 굳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층과 층 사이가 미끄러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피부에서 근육까지는 일곱 개 층으로 되어 있고, 그 사이마다 물을 머금은 얇은 미끄럼 층이 있습니다. 이 층이 마르거나 뻑뻑해지면 위아래 조직이 서로 붙잡습니다. 그때 손으로 만지면 우리가 흔히 "뭉쳤다"고 부르는 딱딱한 띠가 잡힙니다.
오늘은 그 미끄럼 층의 구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걸 알고 나면 왜 계속 눌러도 다음 주에 똑같이 뭉치는지 이해가 됩니다.

이 순서가 오늘 글의 뼈대입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콜라겐 섬유
가장 굵고 강합니다. 주로 1형 콜라겐이며 당기는 힘을 버팁니다. 늘어나는 성질은 거의 없습니다.
2. 탄성 섬유
엘라스틴과 피브릴린으로 되어 있습니다. 늘어났다가 원래 길이로 돌아옵니다.
3. 망상 섬유
가늘고 그물처럼 갈라집니다. 3형 콜라겐이 주성분입니다. 예전에는 미성숙한 콜라겐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성인 조직에도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별개의 형태로 봅니다. 지방세포와 작은 혈관, 신경, 근세포 둘레를 감싸고, 상처가 아무는 초기 단계에도 나타납니다.
결합조직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세포입니다. 영어로는 파이브로블라스트(Fibroblast)라고 합니다.
이 세포가 콜라겐, 탄성 섬유, 망상 섬유를 전부 만들어 냅니다. 디스크의 섬유륜도 같은 계열의 세포가 만듭니다. 섬유만 만드는 게 아니라 섬유 사이를 채우는 젤 성분까지 같이 분비합니다.
이 섬유와 젤을 합쳐서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이라고 부릅니다. 조직 안, 세포 바깥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복합체이고 결합조직에 특히 많습니다.
젤 성분의 핵심은 프로테오글리칸입니다. 단백질 심에 당사슬이 붙은 구조인데, 이 당사슬이 전기적으로 음전하를 띠고 있어서 물을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여기에 히알루론산이 더해지면서 조직이 물을 머금습니다.
층과 층 사이를 미끄러지게 하는 윤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파도바 대학의 카를라 스테코 연구팀은 심부 근막과 근육 사이, 그리고 근막 층 사이의 성긴 결합조직에 히알루론산이 존재하며 이것이 인접한 층들이 매끄럽게 미끄러지도록 만든다고 보고했습니다(Clinical Anatomy, 2018). 같은 팀은 2018년에 이 물질을 분비하는 데 특화된 세포를 따로 구분해 파시아사이트(fasciacyte)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섬유아세포와 닮았지만 모양이 더 통통하고, 근막 층 사이의 성긴 결합조직에 한 겹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상 상태의 히알루론산은 묽습니다. 그래서 잘 미끄러집니다. 그런데 오래 움직이지 않으면 히알루론산이 재생과 분해 없이 농도만 올라가면서 점도가 높아집니다. 이렇게 특정 부위가 뻑뻑해진 상태를 연구자들은 덴시피케이션(densification, 밀집화)이라고 부릅니다.
물기가 빠져 뻣뻣해지면 탄성이 사라지고, 그 상태에서 무리하게 늘리면 찢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스트레칭보다 먼저 "미끄러지는지"를 봅니다.
성긴 결합조직이라고도 부릅니다. 섬유 성분의 밀도가 낮아서 섬유와 섬유 사이 간격이 넓은 조직입니다.
밀도가 낮다는 건 곧 그 사이를 물과 젤이 채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층이 미끄럼 층 역할을 합니다. 몸 전체에 아주 널리 분포하고, 여러 기관을 이어 주는 지지 조직으로도 쓰입니다. 기본 세포는 역시 섬유아세포이고, 이 세포가 분비한 교원섬유와 탄성섬유가 세포 사이의 기질을 이룹니다.
피티 현장에서 중요한 건 위치입니다. 심부 근막과 근육 사이에 이 층이 끼어 있습니다. 여기가 굳으면 근육은 멀쩡해도 움직임이 뻑뻑해집니다.
뻣뻣한 쪽에서 느슨한 쪽으로 밀어야 합니다.
치약을 짜는 방향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짧고 뭉쳐 있는 곳에 구성물이 모여 있으니, 그것을 여유 있는 방향으로 밀어 보내 준다는 개념입니다. 방향 없이 왔다 갔다 문지르면 자극만 주고 끝납니다.
근막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쓰는 움직임 방향을 따라 종방향으로 정렬됩니다. 목수가 망치질할 때 주로 왼팔을 쓴다면 왼쪽 흉근 쪽이 그 방향으로 발달하고 배열됩니다. 그러니 밀 때도 결을 따라가야 합니다.
스테코 방식의 도수 치료에서는 마찰로 생긴 열이 히알루론산을 뭉친 상태에서 묽은 상태로 되돌린다고 설명합니다. 열과 방향,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회원 몸을 볼 때 이 순서를 지킵니다.
2. 푼다 — 결을 따라 뻣뻣한 쪽에서 느슨한 쪽으로 밀어냅니다.
3. 쪼인다 — 풀어 준 자리를 반대편 근육으로 잡아 줍니다.
3번을 빼면 다음 주에 똑같은 자리가 다시 뭉칩니다. 이게 제일 흔한 실수입니다.
감각 신경을 자극해서 그 근육을 잘 쓰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봅니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근거가 갈립니다. 테이프가 피부를 들어 올려 혈류나 림프 순환을 늘린다는 설명은 레이저 도플러로 측정한 실험들에서 뒷받침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가장 설득력 있게 남아 있는 설명은, 움직일 때 피부가 늘어나고 되돌아오면서 낮은 역치의 피부 기계수용기를 자극하고 그것이 통증 전달을 억제한다는 쪽입니다. 저도 보조 수단으로만 씁니다. 테이핑으로 자세가 교정되지는 않습니다.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트리거포인트에만 매달리면 회원을 계속 눕혀 놓게 됩니다. 그러면 트레이너가 아니라 마사지사가 하는 일과 구분이 안 됩니다. 저는 "왜 여기가 생겼나"를 먼저 봅니다.
상승모근이 대표적입니다. 근막을 풀어 준 다음에는 어깨를 내려 주는 근육이 일을 해야 고리가 끊깁니다. 그래서 하부승모근과 전거근을 강화합니다.
근거도 있습니다. 만성 경부통 환자를 대상으로 하부승모근과 전거근 강화 훈련을 추가한 연구에서, 통증 압력 역치와 두 근육의 근력, 목 장애 지수 모두에서 대조군보다 유의한 차이가 나왔습니다. 어깨 통증이나 목 통증에서 상부승모근과 하부승모근, 전거근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은 여러 연구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트리거포인트 좌우로 잡히는 띠 모양의 긴장 다발입니다.
회원들이 "뭉쳤다"고 표현하는 것이 대개 이겁니다. 수축만 되고 이완이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근육은 하나의 섬유가 아니라 운동 단위로 묶여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뭉칠 때도 그 단위째로 같이 뭉칩니다. 그래서 두꺼워지고, 두꺼워진 만큼 지나가는 신경을 누르고 혈류를 방해합니다.
진단 기준으로 보면 타우트 밴드 안의 과민한 지점, 그리고 눌렀을 때 다른 곳으로 뻗치는 연관통이 함께 있을 때 트리거포인트로 봅니다. 형성 기전에 대해서는 종판에서의 비정상적인 전기 활동과 지속적인 수축, 그로 인한 국소 에너지 위기와 허혈을 설명하는 통합 가설이 널리 인용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장에서는 기전을 단정하기보다 "왜 이 사람의 이 부위가 계속 이렇게 쓰이고 있나"를 보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 이 섬유와 젤 성분을 만드는 세포가 섬유아세포입니다.
· 젤 성분의 프로테오글리칸과 히알루론산이 물을 잡아 둡니다.
· 층 사이 미끄럼은 히알루론산이 담당합니다.
· 안 움직이면 점도가 올라가면서 미끄럼이 줄어듭니다.
· 근막이완은 뻣뻣한 쪽에서 느슨한 쪽으로, 결을 따라 밉니다.
· 보고, 풀고, 쪼이는 세 단계를 다 해야 재발이 줄어듭니다.
· 상승모근을 풀었다면 하부승모근과 전거근을 강화합니다.
· 타우트 밴드는 운동 단위째 뭉친 상태입니다.
· 트리거포인트만 누르는 것은 원인 해결이 아닙니다.
· Stecco C 외, The fasciacytes: A new cell devoted to fascial gliding regulation, Clinical Anatomy, 2018
· Stecco C 외, Hyaluronan within fascia in the etiology of myofascial pain, Surgical and Radiologic Anatomy, 2011
· Physiology, Connective Tissue, StatPearls, NCBI Bookshelf
· Abichandani D, Vora K, 하부승모근·전거근 강화가 만성 기계적 경부통에 미치는 효과, 2017
· Gerwin R 외, 트리거포인트 형성 기전에 관한 통합 가설 및 후속 검토 논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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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A 국제자격 · 대한교정운동전문가(CES) 취득
몸이 뻣뻣하다고 느껴지시면, 어느 층이 안 미끄러지는지부터 같이 보겠습니다. 눌러서 될 자리인지 강화로 갈 자리인지는 봐야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