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지는 근육은 다릅니다
운동단위는 척수의 운동신경 1개와 그 신경이 움직이는 근섬유 묶음을 말합니다. 우리 몸은 힘을 쓸 때 작은 운동단위(지근)부터 켜고, 힘이 커질수록 큰 운동단위(속근)를 차례로 더합니다. 그래서 교정운동은 가벼운 힘에서 정렬을 먼저 잡고, 그다음 무게를 올리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수업하다 보면 "관장님, 가벼운 무게로는 자세가 괜찮은데 무게만 올리면 무릎이 안으로 들어가요"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이건 의지나 집중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힘의 크기에 따라 몸이 꺼내 쓰는 근육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원리인 운동단위를 정리했습니다.

▪ 근육은 어떤 순서로 켜지나요?
▪ 지근과 속근은 어떻게 다른가요?
▪ 힘을 올리는 방법은 몇 가지인가요?
▪ 앉아 있거나 숨만 쉴 때는 어떤 근육이 일하나요?
▪ 심부근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나요?
▪ 중간 강도 운동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요?
▪ 최대 강도에서는 어떤 운동단위가 켜지나요?
▪ 스쿼트 할 때 무릎이 안쪽으로 말리는 이유는?
▪ 가벼운 무게로도 속근을 쓸 수 있나요?
▪ 척수반사도 연습으로 바뀌나요?
▪ 운동 초반에 힘이 먼저 느는 이유는?
▪ 강도 구간별로 비교하면?
▪ 현장에서는 어떤 순서로 적용하나요?
운동단위란 무엇인가요?
운동단위는 중추신경이 근력을 조절하는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척수 앞뿔에 있는 운동신경 1개와, 그 신경 가지가 닿아 있는 근섬유 전체를 한 묶음으로 봅니다.
운동신경 하나가 신호를 보내면 그 신경에 연결된 근섬유는 모두 함께 수축합니다. 절반만 수축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몸은 "몇 개의 운동단위를 켤지"와 "얼마나 빠르게 신호를 보낼지"로 힘을 조절합니다.
신경 하나가 맡는 근섬유 수는 근육마다 다릅니다. 눈을 움직이는 근육은 수 개에서 십여 개 정도로 아주 적고, 손가락 근육은 수백 개, 종아리 근육은 1,000~2,000개에 이릅니다. 섬세한 조절이 필요한 곳일수록 운동단위가 작습니다.
근육은 어떤 순서로 켜지나요?
작은 운동단위부터 큰 운동단위 순서로 켜집니다. 1957년 하버드대 엘우드 헤너먼 교수가 밝힌 "크기의 원리(size principle)"입니다.
작은 운동신경은 적은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고, 큰 운동신경은 강한 자극이 와야 흥분합니다. 그래서 가벼운 힘을 쓸 때는 작은 운동단위만 일하고, 힘이 커질수록 중간, 큰 운동단위가 차례로 더해집니다.
이 순서 덕분에 컵을 들 때는 섬세하게, 바벨을 들 때는 강하게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작은 일에 큰 운동단위부터 쓰면 금방 지치고 동작도 거칠어집니다.
지근과 속근은 어떻게 다른가요?
■ 지근(I형)
작은 운동신경에 연결되어 있고 섬유 수가 적습니다. 힘은 약하지만 산소를 잘 써서 오래 버팁니다. 자세를 유지하는 종아리 안쪽 가자미근은 80% 이상이 지근입니다.
■ 속근(IIa형)
중간 크기 운동신경에 연결됩니다. 힘과 지구력이 모두 중간 정도입니다. 일반적인 헬스 운동에서 많이 쓰입니다.
■ 속근(IIx형)
가장 큰 운동신경에 연결되고 섬유 수가 가장 많습니다.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지만 빨리 지칩니다. 예전에 "속근 B(IIb)"라고 부르던 섬유가 이것으로, 사람에게서는 IIx형으로 확인되어 요즘은 IIx라고 부릅니다.
힘을 올리는 방법은 몇 가지인가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켜는 운동단위의 수를 늘리는 "동원", 다른 하나는 이미 켜진 운동단위가 신호를 더 빠르게 보내는 "발사 속도"입니다.
근육마다 두 방법을 쓰는 비율이 다릅니다. 손의 작은 근육은 최대 힘의 절반 정도에서 거의 모든 운동단위가 켜지고, 그 위로는 발사 속도로 힘을 올립니다. 팔이나 어깨처럼 큰 근육은 최대 힘의 80~90% 가까이까지 새 운동단위를 계속 더합니다.
그래서 제가 설명드리는 "30%, 70%, 100%"는 정확한 경계선이 아닙니다. 가벼운 힘, 중간 힘, 최대 힘에서 주로 쓰이는 운동단위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나눈 기준입니다.
앉아 있거나 숨만 쉴 때는 어떤 근육이 일하나요?
최대 힘의 30% 이하,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숨만 쉬는 정도의 힘에서는 거의 지근만 일합니다.
이 구간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돌아갑니다. 앉아 있을 때 몸통이 무너지지 않게 잡아 주는 근육, 숨 쉴 때 움직이는 횡격막과 복부 깊은 근육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자세와 긴장은 뇌간이 바탕을 잡고, 소뇌가 균형과 타이밍을 다듬습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이 구간에서 보냅니다. 그래서 이 구간의 조절이 틀어지면 무거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몸이 뻐근하고 불편해집니다.
심부근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나요?
가벼운 힘에서 일해야 할 깊은 근육의 타이밍이 늦어지거나 근육이 줄어듭니다. 이 단계부터는 운동보다 치료와 재활의 관점으로 봐야 합니다.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은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이 팔을 들 때 배 가장 깊은 근육(복횡근)이 켜지는 시점이 통증 없는 사람보다 늦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Hodges 1996). 같은 연구팀은 처음 허리를 다친 사람의 통증 쪽 다열근(척추 옆 깊은 근육)이 작아져 있고, 통증이 사라져도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도 보고했습니다(Hides 1996).
다열근을 따로 훈련한 그룹은 1년 뒤 허리 통증 재발률이 30%로, 일반 치료 그룹 84%보다 낮았습니다(Hides 2001). 다만 만성 요통 전체로 보면 심부근 조절 운동이 다른 운동보다 확실히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코크란 리뷰 2016). 심부근 운동은 출발점이지, 그것만으로 끝나는 치료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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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강도 운동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요?
최대 힘의 70% 정도까지 올라가면 지근 위에 속근 IIa형이 더해집니다. 일반인이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 대부분이 이 구간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의식적인 조절이 커집니다. 거울을 보며 자세를 고치고, 반복하면서 동작을 익히는 것이 여기서 이루어집니다. 교정운동에서는 가벼운 힘에서 잡은 정렬이 이 구간에서도 유지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최대 강도에서는 어떤 운동단위가 켜지나요?
최대 힘에 가까워지면 가장 큰 운동단위인 속근 IIx형까지 켜지고, 켜진 운동단위들의 발사 속도도 최고로 올라갑니다. 엘리트 선수의 경기, 1회 최대 무게 도전 같은 상황입니다.
IIx형은 큰 힘을 내지만 금방 지칩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는 신경계가 힘을 내는 데 집중하느라 정렬을 붙잡는 여유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최대 무게에서 자세가 무너지는 모습이 가장 먼저 드러납니다.
스쿼트 할 때 무릎이 안쪽으로 말리는 이유는?
최대 무게에 가까워지면 큰 운동단위까지 동원되고 빠르게 지치는데, 이때 무릎을 바깥에서 받쳐 주는 제어가 먼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무릎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잡는 것은 엉덩이 옆 중둔근과 고관절 외회전근입니다. 이 근육들의 힘과 타이밍이 부족하면, 무게가 올라가는 순간 허벅지뼈가 안으로 돌면서 무릎이 말립니다.
발목도 함께 봐야 합니다. 발뒤꿈치 아래에 경사판을 넣어 발목 굽힘을 일부러 제한했더니 스쿼트에서 무릎이 안쪽으로 더 들어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Macrum 2012). 여자 선수 205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착지할 때 무릎이 안쪽으로 크게 무너진 선수가 이후 전방십자인대를 다칠 위험이 높았습니다(Hewett 2005).
그래서 저는 최대 무게에서 한 번 무릎이 살짝 들어오는 것보다, 가벼운 무게에서도 반복해서 들어오는 경우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가벼운 무게에서도 말린다면 무게가 아니라 제어의 문제입니다.
가벼운 무게로도 속근을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습니다. 가벼운 무게라도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반복하면, 지친 작은 운동단위를 대신해 큰 운동단위가 차례로 동원됩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이 운동 경력이 있는 남성 49명을 12주 동안 나눠 훈련시켰습니다. 최대 무게의 30~50%로 힘이 다할 때까지 한 그룹과, 75~90%로 한 그룹의 근육 크기 증가는 비슷했습니다(Morton 2016). 다만 1회 최대 무게는 무겁게 훈련한 쪽이 벤치프레스에서 더 늘었습니다.
교정운동이 필요한 분이나 관절이 불편한 분에게 이 결과는 중요합니다. 무거운 무게 없이도 근육은 키울 수 있습니다. 정렬을 지킬 수 있는 무게로 충분히 반복하면 됩니다.
척수반사도 연습으로 바뀌나요?
바뀝니다. 척수반사는 대뇌를 거치지 않는 빠른 반응이지만, 대뇌에서 같은 신호를 반복해서 내려보내면 척수 회로 자체가 달라집니다.
미국 뉴욕주 보건국 워즈워스 센터 연구팀은 반사 크기를 조절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척수반사가 실제로 커지거나 작아진다는 것을 오랫동안 보여 왔습니다. 불완전 척수손상 환자가 종아리 반사를 줄이는 훈련을 한 뒤 걷는 속도와 좌우 균형이 좋아졌다는 연구도 있습니다(Thompson 2013).
근력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14주 동안 무거운 근력운동을 한 남성들은 척수에서 운동신경으로 내려가는 신호의 크기가 뚜렷하게 커졌습니다(Aagaard 2002). 반복해서 바른 동작을 연습하면 그 동작이 척수 수준까지 새겨진다는 뜻입니다.
운동 초반에 힘이 먼저 느는 이유는?
운동을 시작하고 처음 몇 주 동안은 근육이 커지기 전에 신경이 먼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4주 동안 발목 근력운동을 한 연구에서는 운동단위가 더 적은 힘에서 켜지고, 켜진 운동단위의 발사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늘어난 힘은 이 두 가지 변화로 설명되었습니다(Del Vecchio 2019).
회원분들이 "한 달 만에 무게가 늘었는데 몸은 그대로예요"라고 하시는 게 바로 이 단계입니다. 신경이 먼저 배우고, 근육은 그다음에 따라옵니다.
강도 구간별로 비교하면?
힘의 크기에 따라 주로 쓰는 운동단위, 조절 방식, 교정운동의 목표가 달라집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순서로 적용하나요?
래미안헬스에서는 힘이 작은 구간부터 큰 구간 순서로 올라갑니다.
1단계. 서 있는 자세, 앉은 자세, 호흡할 때 몸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봅니다.
2단계. 깊은 근육이 먼저 켜지는 느낌을 가벼운 힘으로 연습합니다.
3단계. 맨몸이나 가벼운 무게로 바른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해 신경에 익힙니다.
4단계. 무게를 조금씩 올리며 정렬이 무너지는 무게와 횟수를 기록합니다. 그 직전까지가 훈련 구간입니다.
5단계. 무너지는 원인에 맞춰 중둔근, 고관절 외회전근, 발목 가동성을 따로 보완합니다.
6단계. 중간 무게에서 정렬이 흔들리지 않을 때 무거운 무게를 도입합니다.
▪ 몸은 작은 운동단위(지근)부터 큰 운동단위(속근) 순서로 켭니다.
▪ 힘은 켜는 운동단위의 수와 신호를 보내는 속도, 두 가지로 올립니다.
▪ 가벼운 힘에서는 지근이 뇌간·소뇌의 무의식적 조절로 자세를 잡습니다.
▪ 이 구간의 심부근 타이밍이 틀어지면 치료·재활 관점으로 봐야 합니다.
▪ 최대 힘에서는 속근 IIx형까지 켜지고 빨리 지쳐 정렬이 먼저 무너집니다.
▪ 스쿼트 무릎 말림은 중둔근·고관절 외회전근과 발목 가동성을 함께 봅니다.
▪ 척수반사와 운동단위 동원도 반복 연습으로 바뀝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을 하면 운동단위 수가 늘어나나요?
운동단위 수 자체는 크게 늘지 않습니다. 대신 같은 운동단위를 더 쉽게 켜고 더 빠르게 신호를 보내는 능력이 좋아집니다. 힘이 느는 첫 단계가 이것입니다.
Q2. 지근을 속근으로 바꿀 수 있나요?
지근과 속근이 서로 바뀌는 일은 드뭅니다. 다만 근력운동을 하면 속근 안에서 IIx형이 줄고 IIa형이 늘어나는 변화가 흔히 나타납니다. 힘은 유지하면서 덜 지치는 쪽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Q3. 무거운 무게를 못 드는데 근육을 키울 수 있나요?
키울 수 있습니다. 가벼운 무게라도 힘이 거의 다 빠질 때까지 반복하면 큰 운동단위까지 동원됩니다. 정렬을 지킬 수 있는 무게로 하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Q4. 플랭크 같은 코어 운동만 하면 허리 통증이 낫나요?
처음 다쳤을 때 깊은 근육을 되살리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만성 요통에서는 다른 운동보다 확실히 낫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코어 운동으로 시작해서 일상 동작과 근력운동으로 넓혀 가는 것이 좋습니다.
Q5. 스쿼트 할 때 무릎이 조금만 들어가도 위험한가요?
최대 무게에서 잠깐 들어오는 것은 숙련자에게도 나타납니다. 걱정해야 할 경우는 가벼운 무게에서도 반복해서 들어오거나 통증이 함께 있을 때입니다. 이때는 무게를 줄이고 제어부터 연습합니다.
Q6. 나이가 들면 운동단위도 줄어드나요?
줄어듭니다. 나이가 들면 운동신경 일부가 사라지고, 남은 신경이 주인 잃은 근섬유를 넘겨받아 운동단위가 크고 거칠어집니다. 섬세한 조절이 어려워지는 이유입니다. 꾸준한 근력운동이 이 변화를 늦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7. 무릎 수술이나 발목 부상 뒤에 근육이 잘 안 켜지는 이유는?
관절이 붓거나 아프면 척수 수준에서 주변 근육의 운동단위 동원을 억제하는 반응이 생깁니다. 무릎 수술 뒤 허벅지 앞쪽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붓기와 통증을 먼저 관리하고, 가벼운 힘에서 근육을 다시 켜는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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