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능력자가 살고 있다
건강한 심신의 윤활유, 호르몬
그렇다. 당신 몸의 호르몬은 능력자이다. 하지만 그 능력 발휘는 당신 손에 달렸다. 이들이 당신을 원하고 갈망했던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에 아마 깜짝 놀라고 말 것이다.
몸이 [포춘Fortune]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보자. 엄청난 관리체계와 시스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충돌하는 목표 등 생각만 해도 정신이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주 복잡하다. 다행인 점은 우리가 직접 신경 쓰고, 처리해야 할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밤에 잠드는 것부터 특정 칼로리를 지방이나 근육으로 전환시키는 것까지, 뛰어난 능력을 가진 호르몬들이 알아서 다 처리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호르몬의 꼭두각시라는 뜻은 아니다. 노력만 하면 우리 몸을 조종하는 호르몬을 조절할 수 있다.
성욕 폭발자, 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단백질을 근육 세포로 이동시키고, 정자 생산량을 증가시키며, 성욕을 촉진한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나이에 따라 줄어들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 활동이 줄어들면 그만큼 기력이 떨어집니다. 체중도 증가합니다. 이런 변화가 테스토스테론 양이 줄어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웨일 코넬 의과대학Weil Cornell Medical College의 비뇨기과 전문의인 다리우스 파더츠Darius Paduch 박사의 말이다.
최근 런던에 소재한 임페리얼 대학Imperial College에서 40세 이상의 남성 3,200명을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조사했다.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생성이 적은 남성의 네 명 중 세 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었다.
한 잔 규칙 세우기
알코올은 고환과 간에서 일어나는 테스토스테론 합성 화학물질 반응을 저해한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Alcoholism]은 21~25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9%나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배달자, 인슐린
인슐린Insulin은 지방과 당을 혈액에서 지방 및 근육 세포로 운반하여 저장시킨다. 인체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으면 혈액 내 당 수치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당뇨병 발생 확률을 높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인슐린에 의한 당 수치를 적절하게 유지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수치가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운동 직후에 급격히 높아지는 인슐린 수치는 근육 형성을 촉진하여 원하는 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인슐린이 근육으로 당을 운반하면, 인체는 글리코겐이라고도 불리는 이 당을 에너지로 쓰고 근력을 키운다.
운동 직후 탄수화물 챙겨먹기
오클라호마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운동 후 섭취하는 탄수화물 양은 체중 0.45kg당 0.5g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즉 체중이 81.6kg인 남성의 경우 이상적인 탄수화물 섭취량은 90g으로, 커다란 감자 한 알이나 옥수수 한 컵 정도의 양에 해당한다. 바스 대학교의 하비에르 곤잘레스Havier Gonzalez 박사는 효과적인 근육 단백질 합성을 위해 단백질도 함께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근육 생산자, HGH & IGF-1
운동선수들이 HGH(성장호르몬, 일명 소마토트로핀Somatotropin)를 사용해 문제가 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HGH는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의 합성을 촉진시키는데, IGF-1은 뼈와 근육 같은 성장 세포를 증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근력 컨디션 연구 저널Journal of Strength andConditioning Research] 부편집장인 제이콥 윌슨Jacob Wilson 박사는 말한다. “이 두 호르몬은 근육과 인대, 힘줄 강화뿐만 아니라 지방 분해에도 관여합니다. 하지만 20세가 넘으면 HGH 호르몬의 수치는 10년마다 15%씩 떨어집니다.”
근육 불사르기
HGH 양을 자연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피로감을 느낄 때까지 운동을 해야 한다. 8∼12회씩 3∼4세트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무거운 웨이트를 사용하자. 세트 간에는 쉬는 시간이 60초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윌슨 박사는 근육을 강하게 자극하면 신체의 화학 구조가 살짝 산성화되면서 HGH 합성량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근육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야 제대로 하고 있는 겁니다.”
수면 촉진자, 멜라토닌
멜라토닌Melatonin은 수면 촉진 호르몬이다. 낮 시간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가장 큰 활성을 보인다. 수면의학 전문의 크리스토퍼 윈터Christopher Winter 박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멜라토닌을 조절하는 뇌의 ‘솔방울샘’은 청색 계열의 파장에 반응하는데, 태양은 물론 스마트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푸른빛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해가 지고 스크린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경우 솔방울샘의 생성 주기가 착각을 일으켜 새벽 2시가 되어도, 회사에 출근할 시간이 되어도 멜라토닌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전기 코드 뽑기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 모든 스크린에서 멀어지자. 하버드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빛을 발하는 전자책의 경우 수면 주기를 90분 이상 늦춘다고 한다.
부득이 휴대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언블루Unblue(3달러, ios용)’나 ‘아이필터Eyefilter(무료, Android용)’ 같은 앱을 활용하고, TV를 볼 때는 ‘누아르 블루가드 나이트타임 아이웨어NoIR BluGard Nighttime Eyewear(18달러, safetyglassesusa.com)’ 같은 파란색 필터 안경을 쓰자.
비만 파괴자, 이리신
‘갈색지방Brown Fat’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주의 깊게 보기 바란다. 뜀뛰기만으로도 출렁거리는 기존의 백색지방White Fat과는 다르다. 갈색지방은 열량을 저장하는 게 아닌 에너지를 소모하는 지방으로, 50g 정도면 하루에 300kcal를 태울 만큼 신진대사량이 뛰어나다.
다나 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크리스티안 랜Christiane Wrann 박사는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키는 호르몬이 작년에서야 발견되었다고 말한다. 바로 이리신Irisin이다. 정맥에 이리신 호르몬이 흐르고 있다면 기뻐하자. 출렁이는 녀석들도 쉽게 태울 수 있을지 모르니까.
엉덩이 얼리기
추운 곳에서 10∼15분 정도 떨면 한 시간 동안 고강도 운동을 했을 때만큼 이리신이 합성된다고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연구 결과이다. 엄청난 추위가 엄두가 안 난다면 대근육 특히 하체 근육의 수축 운동이 도움된다고 한다. 랜 박사의 조언이다. 물론 달리기나 사이클도 훌륭한 운동이 될 것이다.
식욕 조절자들, 그렐린과 렙틴
이 두 호르몬은 음식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를 놓고 끊임없이 싸우는 녀석들이다. 위벽에서 분비되는 그렐린Ghrelin은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고, 렙틴Leptin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어 에너지 저장 공간이 꽉 찼다고 신호를 보낸다.
이 두 호르몬은 혈류를 따라 뇌의 시상하부에 도달하는데, 건강한 사람인 경우 둘 중 더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에 따라 식욕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반면 건강 챙기는 것을 소홀히 한 사람은 렙틴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허기를 느끼게 하는 그렐린이 호르몬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수면 시간 지키기
하루에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는 사람들은 식욕을 일으키는 그렐린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반면 렙틴 농도는 현저히 묽어진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연구 결과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의 오퍼 레이제스Ofer Reizes는 말한다. “주말에 몰아서 잠을 잔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평소에 잘 주무세요.” 뱃살을 빼고 싶다면, 일단 잠부터 충분히 잘 일이다.
신진대사량 결정자, 갑상선 호르몬
목 부근에 자리한 박쥐 모양의 샘, 갑상선은 T3와 T4 호르몬을 생산한다. 이 두 호르몬은 몸 전체로 분산되어 각 세포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합성하고 전달할지 가늠하여 보급한다. 쉽게 말해 일상생활이나 운동을 할 때 인체가 태우는 칼로리, 즉 기초대사율을 이 호르몬들이 조절한다는 뜻이다.
[맨즈헬스]에서 지원하고 있는 뉴욕 주립대학교 티시 센터Tische Center의 스티븐 램Steven Lamm 박사에 따르면 이 호르몬들의 양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신진대사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체중이 불어날 수 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호르몬 생산이 줄어들었다면 종양이나 하시모토 병Hashimoto’s Disease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요오드 식단 챙기기
체중이 갑자기 증가하면 의사를 찾는 것이 상책이다. 혈액 검사만으로도 갑상선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루에 식용 요오드를 150g 정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갑상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체내 T3, T4 호르몬 분비에는 미네랄 섭취가 도움이 된다. 식단에 해산물, 유제품, 달걀을 더하자.
아드레날린 통제하는 법
차 앞으로 갑자기 사슴이 뛰어들었을 때 아들레날린은 폭발한다. 덕분에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근육으로 하여금 급정거를 할 수 있게 만든다. 현대 사회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상황은 매일, 매순간 일어나고 있다.
듀크 대학교 행동의학연구소Behavioral Medicine Research Center의 레드포드 윌리엄스Redford Williams 박사는 아드레날린의 잦은 분출에 대해 경고한다. “업무 마감 같이 책임감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아드레날린 양이 증가합니다. 반복되면 혈압이 높아져 동맥에 작은 상처가 날 수 있습니다.”
심호흡하기
저강도의 패닉이 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상기하자. 그리고 3초간 코로 숨을 들이쉬고 3∼6초 정도 입으로 숨을 내쉬어 보자. 진정될 때까지 반복해서.
명상
두 달간 매주 2∼3시간 명상을 한 사람들은 심장 수축 혈압이 4.8mmHg까지, 이완 혈압이 1.9mmHg까지 낮아졌다. 켄트 주립대학교 연구소의 연구 결과이다.
WORDS
K. ALEISHA FATTERS
에디터
성열규
사진
SHUTTERSTOCK
발행
201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