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입과 입술의 감각도 바꾼다...학습 기억 감정조절에도 악영향
비만 수술 받아도 뇌의 변화는 지속돼...청소년기 비만 조기 치료가 중요
살이 찐 사람과 마른 사람의 뇌는 다를까. 연구 결과 비만은 뇌를 바꾸는 걸로 나타났다. 뇌를 영상으로 촬영하면 비만이 도파민 D2 수용체를 줄여 과식을 유도한다. 뇌 변화는 입 입술 혀까지 바꿔 과식을 촉진한다. 미국의 중독 의학 전문가인 마크 골드 박사가 심리학 매체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기고한 내용을 소개한다.
연구자들은 가공된 설탕과 지방이 가득한 음식을 먹으면 몸뿐만 아니라 뇌도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맥길대의 신진대사 및 뇌 분야 캐나다 우수 연구 의장인 다나 스몰 박사는 지난 10년간 식단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는 2023년 연구에서 고지방 및 고설탕 식품을 습관적으로 섭취하면 뇌의 보상 처리가 변해서 건강한 저지방 식품을 무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미시간대 애슐리 기어하트 박사 등은 인공 감미료와 지방/설탕의 조합이 중독성 있는 식사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걸 발견했다.
과학은 과식이 뇌를 변화시키며, 이런 뇌의 변화는 쉽게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흥미롭게 비만 수술은 뇌 변화의 부분적인 역전에만 관련이 있었다. 이는 고도로 가공된 음식, 지방이 많고 설탕이 가득한 음식을 좋아하고 원하는 현상이 지속되어 비만에서 쉽게 멋어날 수 없다는 걸 시사한다. 이런 과정은 대부분 무의식적이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 NIDA)의 진-잭 왕과 노라 볼코우는 비만이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뇌 영상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과 MRI 영상으로 비만인 사람의 뇌 활성화를 조사했다. 비만인 사람은 입과 입술과 관련된 감각 영역이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과식을 강박적으로 강화해 감량에 대한 의지력과 자제력을 약화한다고 봤다.
이 연구팀은 비만을 약물 중독에 비유했다. 구조적 감각 피질 변화는 오랫동안 비만인 사람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체중을 줄였더라도 이런 사람의 뇌는 여전히 음식을 갈망한다.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들은 동기가 강하더라도 종종 실패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목표 체중에 도달하고 최소 6주 동안 유지한 7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대부분은 이후 5년 동안 감량된 체중을 회복했다. 그들은 뇌가 배고프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먹었다. 요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다.
2025년 과체중 또는 비만인 258명과 정상 체중 74명을 연구한 결과, 뇌의 여러 부분에서 회백질 감소 등 비만이 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드러났다. 전전두엽 피질과 해마의 회백질이 줄면 집행 기능, 기억력 및 의사 결정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오스틴 텍사스대의 10대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비만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학습, 기억 및 감정 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유럽비만연구협회(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Obesity)의 드 모라에스 박사는 “10대가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모라에스 연구팀은 비만이 뇌 발달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청소년 332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복부 비만이 있는 청소년은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해마와 두려움, 행복, 분노, 불안 등의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의 변화가 컸다.
살을 빼면 도파민 수용체 가용성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비만 수술이나 장기적인 생활 방식 변화로 전전두엽 및 체성 감각 피질 대사가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비만 수술 뒤에도 뇌 변화는 지속됐다.
최근 연구는 희망적이다. GLP-1(오젬픽 등 비만치료제의 주성분)을 복용하는 환자는 음식 선호도가 변했다. 적어도 약물을 복용하는 동안은 뇌를 재구성하고 지방이 많은 음식과 단 음식을 피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비만 수술 또는 기타 치료 후 GLP-1 작용제를 처방하는 것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뇌의 변화를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비만 예방과 조기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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