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여름에 잘 걸리는 질환으로, 쉽게 이야기해 여름 감기.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너무 서늘하게 지내려 하면 서한(暑寒)에 감촉되어 질병이 발생한다 하였음을 감안하면 옛날부터 이미 냉방 너무 하다가 병 걸리는 작자들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에어컨도 없던 때에...
현대에는 에어컨 등 냉방기기의 발달로 더욱 늘어나는 추세. 원인은 여름에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너무 냉방을 과도하게 해 외부와의 기온차가 크게 발생했을 때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 즉 과도한 열 스트레스와 저온 스트레스의 반복. 또한 선풍기에 익숙한 사람이 에어컨을 장시간 쐬도 증상이 일어난다. 주로 오는 증세는 심한 두통이나, 메스꺼움, 설사 혹은 변비, 무기력증, 근육통 등이 있다. 어떤 사람들[1]은 자연풍에 익숙하다가 선풍기를 쐬도 증상이 일어난다.
걸리면 일반적으로 감기와 비슷하게 치료한다고 하지만 여름이기 때문에 증세도 겨울의 감기와 좀 다르며 따라서 치료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하튼 뭐든 과도하면 좋지 않은 법이므로 냉방기구를 추울 때까지 틀어제끼는 짓은 하지 않도록 하자(…).
2. 그런 거 없다?
일단 "너무 냉방을 과도하게 해 외부와의 기온차가 크게 발생했을 때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고는 하는데, 과연 말이 되는 소린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름철 냉방을 아주 과하게 한다고 해도 20도 내외이고 외부 온도는 아주 더운 날이라고 해도 35도 정도로 실내외 온도차는 15도지만, 겨울철 외부 온도는 영하인 날이 대부분인데 난방은 20도 아래로는 하지 않는다. 즉 실내외 온도차는 여름철은 최대 15도지만, 겨울철은 최소 20도이다.[2] 난방병?? 그런데 이건 따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 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과거에는 여름에 감기에 걸리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봤었지만, 겨울에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즉 겨울에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애초에 당연하니' 난방병 등의 말이 생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애초에 동서양 막론하고 겨울에는 난방은 다 하고 살았지 않은가?
그리고 실외활동의 빈도수, 복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여름에는 옷을 얇게 입고 다니는 반면 겨울에는 두껍게 입고 다닌다. 반팔나시등의 옷을 입고 다니면 당연히 체온이 많이 방출된다. 그런데 그 상태로 빈번히 냉방이 되는 실내, 더운 실외를 이동하면 직접적 체온 변화는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편 겨울에는 그냥 다 두껍게 입고 다닌다. 방에서도 꽁꽁 껴입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 극한의 추위, 장시간의 실외활동의 경우가 아닌 한 의외로 체온이 떨어질 일은 많지 않다. 게다가 추위에 대한 경계심이 더위에 대한 경계심보다 높다는 이유도 있다. 실제로 여름에는 폭염특보니 뭐니 하면서 동네방네 스피커로 방송을 하고 TV에서도 방송을 하지만 반대로 추울때는 역대급 추위가 아닌 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많이 알리니 더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더 소홀하니' 방송 등으로 더 경계를 하는 것이다.
또한 냉방병이라는 개념은 fan death와 마찬가지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현상이다. 얼마나 어이없는 개념인지 영어권에서는 이를 표현하는 단어조차 없다. 네이버 영한사전은 "Get sick from overexposure to air conditioning"이라는, 영어권에서 보면 fan death만큼이나 배꼽빠질 구문으로 대처하고 있다. "Air-conditioningitis"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으나 세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구글검색으로도 '한국인들은 문 닫힌 방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고 믿는데 그거랑 같은 맥락임ㅎㅎ'이라는 결과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 Air-conditioningitis에 대해서 추가 설명하자면,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영어권의 의학용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만들어낸 신조어다. Air-conditioning에다가 병을 의미하는 suffix인 -itis를 조합한 것 같은데, 어떤 천재가 생각해 냈는지는 몰라도, 의학에서의 -itis는 장기에 염증이 생기는 병[3]에다가 붙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원인불명(?)의 괴증상에 대해서는 syndrome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
3. 그렇다면 진실은?
사람이 덥다/춥다고 느끼는 온도는 개인차가 크므로 일반화 시키기 어렵지만, 최소한의 팩트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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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외의 기온차가 크다고 원인(병원균/바이러스)불명의 병에 걸리진 않는다.
그런데 이 부분 역시 설명이 필요하다. 냉방병이라는 용어는 '냉방병'이라는 특정 질환이 아니라 냉방(정확히는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기타의 질병이나 호흡기 질환등을 싸잡아 총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온차로 인해 면역력이나 신체의 신진대사등이 약해지고 부진해져서 병에 쉽게 걸리는 사례는 '가을'에 증가하는 호흡기질환자수 등으로 충분히 방증된다. 냉방병을 무슨 원인불명의 병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말은 아니라는 것. 당장 '최소한의 팩트 2'에서 면역력 부분을 말하고 있다. -
열 스트레스와 저온 스트레스를 반복하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쉽게 피로해지고 감기등에 걸릴 수는 있지만, '심한 두통이나, 메스꺼움, 설사 혹은 변비, 무기력증, 근육통'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이 부분 역시 의문점이 있다. 면역력 저하를 통해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진균, 세균 등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감기라 생각하는 증상만 유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같은 경우에도 기침증상만 유발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으며 복통 등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근육통이 수반되는 몸살도 감기의 한 증상으로 포함된다. 애초에 '감기'로 수많은 바이러스의 증상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즉 이런 면역력의 저하로 인한 복합적인 감염은 충분히 저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열 스트레스, 저온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혈액순환이나 신진대사에도 장애가 오므로 말단신경, 모세혈관이 분포하는 근육에는 당연히 악영향을 주고 이는 활동하여 손상된 근육의 회복을 억제하거나, 근육에 필요한 무기질, 수분, 영양소를 제공하기 어렵게 하므로 질병감염을 떠나 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변비 같은 경우는 냉방병보다는 더위로 인한 땀으로 인해 체내 수분량이 급감해 올 확률이 더 높긴 할 것이다. -
당연한 얘기지만 여름철은 저온 스트레스보다는 열 스트레스가 더 문제가 된다.
이 부분 역시 의문이 있는데, 냉방병의 주요 요지는 저온 스트레스, 열 스트레스 중 뭐가 문제가 되느냐가 아니라 '둘의 교차'로 인한 신체의 이상이다. 어떤 스트레스가 더 강하냐보다는 짧은 기간내에 번갈아가며 극단점에 위치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 골자가 된다.
물론 추울 정도로 냉방을 하면 당연히 건강상 좋지 않지만, 더운데도 냉방병이 무섭다고 참으면서 더위에 헥헥거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말. 그런데 보통 적정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살면 노약자, 와병중인 환자 등의 질환자가 아닌 한 냉방병이 거의 오지 않는다. 실제 냉방병을 가장 걱정해야 할 병원에서 냉방을 잘 해준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환자들에게 냉방을 좀 세게 해 주는 것이 냉방병에 대한 반증사례가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는데, 일단 환자는 비치된 담요를 쓸 수도 있고 땀 등의 불결한 환경을 제거하는 편이 상처의 치유에 더 도움이 되며, 환자는 어지간해선 일반인처럼 바깥으로 나돌아다니지 않아 '기온차가 큰 상황'을 거의 겪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체질에 따라 냉방을 줄여주거나 가습기를 구비해주거나 하기도 하는 것은 덤.
그렇다면 어쩨서 냉방병이라는 '신드롬'이 이처럼 사회 전반에 넓게 퍼져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텐데, 의외로 해답은 간단할 지도 모른다.
일단 냉방병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 확실한) 비교대상국가인 미국이나 서유럽을 보면, 미국의 경우 남부 일부를 제외하면 한국처럼 덥고 습한 여름이 있는 지역이 많지 않다. 서유럽 국가들도 내륙에 있거나 한국보다 위도가 높아서 한국에 비하면 여름이 덜 덥고 덜 습한 편이다.
에어컨은 선풍기와는 달리 외부에서 공기를 빨아들여서 냉각시키고 다시 내뱉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결로가 생겨서 에어컨의 내부는 습기가 차게 된다. 덥고 습한 여름에 먼지[4]라는 영양분과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각종 세균이 우글거리고 곰팡이가 자란다. 그런데 더운 여름에 밖에서 땀을 삘삘 흘리면서 체력을 소모한 상태로 집에 들어와서 곰팡이/세균 공기를 들이마시면?
즉 에어컨 청소를 게을리해서 걸리는 병인 것이다.
실제로 청소를 소홀히하기 쉬운 자동차 에어컨에서 종종 발견되는 악취의 근원인 레지오넬라균의 감염 증상은 위에서 언급된 냉방병의 증상과 매우 비슷하다[5].
초창기 에어컨이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는 에어컨 청소 관리 요령에 무지한 사람들이 많았고, 사고나서 한번도 청소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을텐데 (특히 공공장소 같은 곳에 있는...), 그런 에어컨에서 수년간 묵힌 곰팡이+세균이 잔뜩 함유된 공기는 당연히 들이마시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띵하고 두통이나 메스꺼움이 유발될 수 있다. 그런데 청소 안한 것 때문인것도 모르고 "에어컨 공기 = 나쁜공기"라고 단순히 생각해서.. 이하 생략. 당연하지만 내부에 습기가 차이지 않는 선풍기에는 이러한 문제가 없다. 그런데 선풍기는 단순히 말하면 공기순환기니 실내 기온을 떨어뜨리지 않고 '오히려 올라가게 한다(모터의 열)'는 점에서 에어컨과 큰 차이가 있다.
사족이지만 겨울철은 건조하고 난방기구가 그나마 있던 습기도 날려버리므로 다행이게도 실내외 기온차가 여름의 두배가 넘지만 난방병이라는 병은 없다. 허나 애초에 겨울에 감기에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보는데 난방병이라는 단어가 있을리도 없다. 이 서술부분조차 의문을 낳게 하는데 습도가 낮아지면 세균은 활동이 어려워지는게 분명 사실이나 바이러스의 활동은 오히려 왕성해진다. 때문에 겨울에는 바이러스성 감기가 판을 친다. 단적인 예로 메르스가 있는데, 메르스의 한국 유행은 한국의 5~6월 가뭄과 궤를 비슷하게 했으며 발원지도 건조하기로 유명한 중동지역이었다. 메르스가 습기에 약하다는 기사또한 존재한다. 더위에 약하다는 것은 덤. 에어컨 역시 제습역할을 하여 실내 건조를 건조하게 하고 실내 기온도 낮춰주니 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레지오넬라균의 감염증상 역시 냉방병과 유사하나, 대다수 바이러스의 감염증상 역시 냉방병과 매우 유사하다. 즉 비록 레지오넬라 역시 냉방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며 전염성도 높으나 단순히 레지오넬라균의 사례만 보고 '냉방병은 필터 청소를 안 했기 때문'으로 일축하기는 어렵다 할 수 있다.
윗 문단에대한 반박으로, 설문조사결과를 통해 알아본 결과 호흡기 질환, 피로, 두통 등 흔히 이야기 하는 '냉방병'의 증상과 에어컨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며, 연구자들은 에어컨 내부의 냉각코일과 팬 등의 장치가 세균이 번식하기 위한 천예의 조건이기에 병원체가 증식하여 냉방병 증세를 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6]
또한 에어컨을 UV로 멸균처리했을 때의 바람과 그렇지 않은 바람에 실험자들을 노출시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시, 흡연자들에게서는 30%가량의, 비 흡연자들에게서는 60%가량 저호흡 증세가 줄어들었다고한다 [7]